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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독서 프로젝트1] [소통] <가끔은 제정신> 허태균 지음Bookmark 2015. 12. 2. 18:29728x90초저녁 EBS 반디를 듣다가 김형석DJ가 감미롭게 읽어주는 책 구절이 귀에 꽂혔다. <가끔은 제정신>의 한 대목이었다. 심리학자가 쓴 이 책은 인간의 착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들었던 부분은 책에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21년째 아주 두꺼운 콩깍지 렌즈를 끼고 아내를 사랑하며, 아들과 가르치는 학생들이 자신의 착각대로 살아가주기를 바라며 열심히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진솔하게 느껴졌다. 한 문장만 듣고 선택한 책인데도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났다. 작가는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지만, 센스도 갖췄다.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나는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이 두렵다. 물론 부족한 나의 지식과 글이 창피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큰 두려움은 나에 대해 갖고 있는 긍정적 착각들에게서 깨어날까 봐서다. (...) 나는 내 제자들 앞에서 매우 바쁜 척하고, 매우 잘난 척하고, 많은 것을 아는 척하고, 윤리적으로 올바른 척하고, 마치 그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하는 척한다. 실제로도 그렇지만 아주 조금만 더 그런 척한다는 얘기다. 나는 평생 제자들에게 그런 착각의 존재로 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노력한다."
불가능한 것들이 모두 제외되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
설사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지라도 - 그것이 진실일 수밖에 없다.
셜록홈즈
그가 다른 사람들이 풀지 못한 수많은 미지의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믿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의 문장이다. 이 문장부터 마음이 들었다. 작가는 우리가 착각을 인정할 수 있다면, 다른 주장과 의견에 대해 무조건 비판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작가가 주는 '착각의 선물'을 받고 싶어 책을 펼쳤다.
25만배에 이르는 무의식적인 자동적 사고
복잡한 세상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자동적 사고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판단과 결정에 대한 진위 여부를 따지기 전에 그냥 성급하게 믿어버린다. 그렇다고 이 어마어마한 양의 사고를 통제적으로 사고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착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작가는 조언한다. 우리가 착각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 모든 착각이 자기 눈에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착각을 5파트로 나누어 살펴본다. 착각의 진실, 효용, 속도, 활용, 예방. 나는 특히 4장 착각의 활용을 재미있게 읽었다.인간이 생존하며 착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착각을 실생활에서 좀더 유의미한 용도로 사용할 수 없을까? 생각이 들어서다.솔직함에도 전략이 필요하다우리가 타인에 대해 착각하고, 타인 또한 나에 대해서 착각한다. 그렇다면 어느날 애인의 콩깍지가 벗겨진다면? 너무나 사랑하는 애인이 나의 치명적인 단점을 모르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작가는 말한다. 처음부터 그 단점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상대가 나에게 아주 푹 빠질 정도로 관계를 진전시킨 다음에 아주 작은 단점의 나를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상대는 그 단점을 보면 보통 대부분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음, 이것 때문에 이별하는 어려운데?' 그렇게 점점 단점의 크기를 높여서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상대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를 잘 알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현재의 관계를 무너뜨릴만큼의 단점을 먼저 제시해버리면, 관계가 끝날 수 있다. (맞아, 괜히 상대가 이 정도의 티끌을 봐줄 거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보여줬다가 이별통보를 받을 수 있지)이 대목에서 갑자기 부모님의 각자의 사연이 생각났다. 우리 부모님도 각자에게 결혼의 확신을 느끼기 전에는 서로의 단점을 꽁꽁 숨기고 있었다. 아버지는 주민등록상의 나이보다 실제 많은 나이였고, 어머니는 어떤 가족사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서로의 콩깍지를 완전히 두껍게 만든 다음에 서로의 단점을 보여줬고 그것이 사랑을 위태롭게 할만큼의 큰 문제는 아니였다.장점이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단점을 생각하기아직 많은 사람들을 겪어보지 못한 젊은 나이이지만, 사람과 더 가까워지면서 실망감도 커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내가 그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내 가까운 친구는 섬세한 모습이 참 매력적인 사람이다. 나는 자그마한 문제를 잘 캐치 못하는데에 비해 친구는 옷을 고를 때에도 아무도 보지 못하는 사소한 결함을 잘 발견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군가 대화할 때 그 사람의 미묘한 표정변화도 읽을 줄 안다. (굳이 나의 감정을 깊숙히 설명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을 주는, 이런 친구가 참 좋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싸웠다.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서. 친구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소한 주제들에 대해서 나의 무심함을 이유로 서운함을 표현했다. 나로서는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 그리 깊게 주의 기울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의적으로 관심을 끈 것이 아니었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는 누구에게 속은 게 아니다. 속았다는 느낌이 들면 배신감이 든다. 작가는 우리는 우리의 믿음에 대해서 예방주사를 놓아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위의 친구의 예방주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섬세함'이다. 섬세한 친구의 속성은 때로는 그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내게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구나 인정해야 한다. 그 한계가 그에 대해 가지게 되는 이유 모를 미움을 줄여줄 수 있다.아름다운 이름 하에 이뤄지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기세계 전쟁 어떤 것도 대놓고 악의에 의해서 이뤄진 것은 없다. 세계 평화라는 이름으로 강대국의 군인들은 총을 든다. 요즘 전세계 뉴스의 공포의 근원지로 보이는 IS도 신의 뜻으로 따라서 벌이는 테러들이다. 신성한 가치가 다뤄지는 종교가 전쟁의 이름으로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행위만이 선이고 반대쪽이 하는 일을 악이라고 생각할 때 비극이 생긴다. 우리의 생각이 합리적인지 아닌지 따져볼 수 있는 기회를 쉽게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탈개인화로 집단응집력이 높은 문화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작가는 조언한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물어보야 한다고. 또한 나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의 의도도 의심하지 않으려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순수한 의도를 인정하고 나서야 서로 다른 방법에 차이를 좁혀나갈 문이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불가피한 착각에 대한 작가의 마지막 조언"다른 사람의 말을 듣자"안타깝게도 홀로 남아 고민을 많이 한다고 우리의 착각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들이고도 초기의 판단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던 경우를 쉽게 떠올려보자. 이런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혹시 내가 틀린 것이 아니야? 착각하는 거 아냐?' 라고 자문해본 뒤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여 보는 것이다. 자그마한 타협의 문이 우리가 좀더 소통에 가깝게, 그리고 좀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Bookma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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