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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교과서로 시끄러운 요즘에, <대한민국은 왜?> 김동춘
    Bookmark 2015. 11. 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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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대체 왜? (요모양 요꼴일까)


      무인 드론으로 택배를 받아보는 세상이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혁명적인 기술 발전으로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일간지를 펼쳐보면 우리는 아직도 거대한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의 중심에는 낡은 이념 논쟁이 자리잡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아직도 '종북좌파' '빨갱이'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20세기의 개념들은 21세기를 건설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리하지 못한 역사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이 책, <대한민국은 왜?>의 저자는 대한민국 보수(?) 형성 기원을 추적하며 오늘날 한국 사회를 만든 원인들을 추적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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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대 조선, 두 지식인 안중근과 윤치호


      일제강점기의 두 지식인이 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과 애국가의 작사자이자 대표적인 친일파인 윤치호다. 이 두 지식인은 러일전쟁을 바라보는 인식이 뚜렷하게 다르다. 러일전쟁은(1904~1905)는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러시아와 일본이 겨룬 전쟁으로 이후 일본의 승리로 조선은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안중근과 윤치호 모두 초기에는 이 전쟁을 두고 일본의 승리가 동양의 승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에 안중근은 일본이 백인의 압잡이가 되어 조선을 집어먹으려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당시 조선사회는 고루한 신분질서의 낡은 색안경을 낀 채 개화와 독립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잃지 못했다. 흥선대원군은 양이라면 무조건 빗장을 걸어 잠궜다. 조선이 자생적인 근대화에 실패하자, 윤치호를 비롯한 급진개화파는 친일이 문명개화를 위한 대안의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안중근과 같은 항일 민족주의자들은 개화를 위해 독립까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 없는 개화는 조선 민족이 노예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와 같은 급진론자들은 저항을 하다 죽음을 맞게 되고 결국 조선왕조는 일제에 의해 개화, 서구식 근대 제도의 핏길을 걷게 된다.



    조선의 근대화와 해방의 두 갈래 길


      일본의 조선 지배는 다른 제국주의 국가의 방식과 다르게 노골적으로 이뤄진다. 서양 제국주의 국가인 영국 경우 멀리 떨어진 인도를 간접적으로 통치하기도 했다. 인접한 국가였던 일본은 20년 개방의 힘으로 조선을 무참히 밟는다. 이것이 몇몇의 조선 지식인들이 중국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전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항일 무장 독립 투쟁 세력들은 탄압 속에서 일제의 항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떴고, 해외 무장 독립세력은 동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p.50)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명예와 부, 권력을 쌓은 이들은 윤치호와 같이 개화를 명분으로 일제에 복종한 기회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부일협력의 부끄러운 과거때문에 광복 이후 소련,미국,중국 등 자신이 망명했던 나라의 인맥과 후광을 등에 업고 있었던 '해외파'와 필사적으로 손을 잡으려 한다. 해방 후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힘을 토대로 손쉽게 새로운 강대국을 뒷배로 삼아 자신의 친일 컴플렉스를 감춘다. 저자는 이것이 8.15 이후 역사를 굴절시킨 식민지의 유산이 되었다고 말한다.


    월남자들이 만든 대한민국?(p.118)

      저자는 이 부분에서 한국 사회의 여러 주요한 특징들이(6.25 한국전쟁, 좌우 양측에 의한 학살, 남북한 적대와 남한의 극우 반공주의, 기독교 선교 기적, 가족에 대한 무도덕적 헌신과 세습주의, 물량주의와 성장 지상주의 등)이 월남자들의 고난의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들은 신천지역에서 인민군과 서로를 향해 학살을 저질렀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1945년 말에 월남한 다수가 서북청년회와 같은 반공단체에 들어가 남로당 평정에 앞장선다. 남한에서 '반공투사'는 어디에서나 통하는 완장이었기에 스스로를 반공투사라고 불렀다. (하지만 실제 월남자의 32퍼센트만이 정치,사상적 동기로 월남했다고 한다) 이들은 남한의 군,경 지휘관으로서 남한 학살을 명령한다. 한편, 북한에서도 이 학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북한 자신이 저지른 학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채 신천학살을 미군과 기독교 우파들이 저질렀다고 국가의 공식 기억으로 만들어 반미 선전으로 이용한다. 한국에서는 월남한 기독교인들이 한국에서 기독교를 급속하게 팽창하게 한 주역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산주의와는 공존할 수 없다고 보며 반공주의의 보루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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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언급한 세 개의 파트가 내가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읽었던 부분이다. 고등학교의 역사책에서 볼 수 없었던 사실들이었기 때문이다. 역사라는 것이 쓰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달리 해석할 수 있는지 이 책을 통해 감득한다.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 우리는 또다시 과거의 일을 반복하게 된다.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던 현대사를 잊으면 또 그런 일들은 반복해서 겪게 된다. 과거는 보낸다고 보내지는 게 아니다. 제대로 기억하고 철저하게 반성하는 각성의 과정이 따라야 과거를 제대로 보낼 수 있다.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과오 많은 역사를 통해서 우리 자신이 위축될 수 있기에 좀 더 긍정적인 관점으로 쓰여진 역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기에 객관화를 통한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없게 한다. 보다 건강한 시민과 나라라면, 제 나라의 역사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대로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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