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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같은 남자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래? <사랑이 달리다>Bookmark 2016. 1. 7. 15:35728x90
사회과학서적들에 지쳐서 책이 질리는 순간이 오면 소설을 읽는다. 어떤 용어들로도 설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느끼고 싶어서다. 그래서 선택한 책은 심윤경 작가의 <사랑이 달리다>(문학동네) 요새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님의 서평에 많은 공감을 느끼고 있던 터라, 그가 추천한 책 중에서 골랐다. 네이버 '서민' 교수의 서재에 있는 책이다. 평소에 유쾌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서민 교수님이 골라준 '재미있는' 책이라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관련링크; 기생충학자 서민의 서재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54&contents_id=102528)
(출처; 위 링크 상단 화면 캡쳐)
마하 39로 달리는, 혜나의 집
대책이 없는 집안이다. 막장드라마가 일상에 펼쳐지는 집이다. <사랑이 달리다>의 혜나의 집 말이다. 2남 1녀의 막내딸 혜나 자신은 물론이고, 있는 오빠들마저 스포츠카의 속도처럼 산다. 원래 스포츠카와 어울리는 태생이었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스포츠카에 자신을 구겨넣고 대책없이 달리니까 문제인 거다. 내키는 대로 사는 인생이니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직까지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다. 이들이 믿는 구석이라곤 사업에 수완이 좋은 아빠다. 그런데, 이런 아버지가 돌연 선언한다. 이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과 같은 이혼 발표다. 여기서 혜나의 시련이 시작된다. 금수저로 편하게 살던 그녀가 더이상 웬만한 대기업 월급만큼을 아빠의 신용카드로 긁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 그게 아니라면 가난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이라도. 그거야말로 우리 미친 가족들이 반드시 따야만 하는 이 시대의 1,2종 생존면허증 같은 거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둘 중 하나도 갖지 못했다. 사라져야 마땅한 집구석이었다. 반면에 정욱연은 둘 다 유능하게 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정욱연이 미치도록 부러울 뿐이었다.-심윤경, <사랑이 달리다> p.137복권과 같은 남자, 정욱연
정욱연이 누구냐고? 혜나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 남자다. 그 남자 때문에 이 미친 집안에서 착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남편이 눈에 차지 않기 시작한다. 정욱연. 그는 혜나의 집안과 대척점에 서있는 남자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제 할일을 해서 제대로 큰 남자. 게다가 그가 엷게 웃으면 사람들이 정신 못차릴 정도로 훌륭한 외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보고서 이 산부인과 병원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부하기도 한다. 그런 남자와 혜나는 사랑에 빠진다. 혜나'만'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도 혜나를 사랑하는 듯하다.
평생 나만 보고 소소한 것들을 함께 해온 남편 vs 연예인 같은 정욱연
혜나는 아마 자신을 완전하게 채워줄 남자가 정욱연이라고 느꼈을 테다. 나의 결핍을 상대로 완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게 사랑이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나라면?' 상상을 해보았다. 가족이 된 사랑 앞에 나의 결핍을 채워줄 반쪽이 나타난다면? 나는 단호했다. 당연히 성민 같은 남자(혜나의 남편)를 버리지 못할 거다. 내가 내리는 사랑의 정의는 매일매일 작은 거라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그런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 하루하루의 역사가 우리 사이에 쌓인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정욱연과 결혼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와의 사랑이 정말 완벽한 무엇인지 어떻게 가늠해본단 말인가? 물론 저런 남자 때문에 내 일상이 뒤흔들리겠지만, 그게 한 순간이지 어떤 내 과거의 선택을 뒤집을만큼은 아닐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내 친구한테 하니까, 친구는 내 질문을 좀 더 유혹적으로 바꿔놓았다.
"그래, 너는 약간 해바라기 성향이 있으니까 그러겠지.
정욱연으로 생각해보지 말자. 만약, 소지섭이라면 어떻게 할래?"
'뭣이라...소...간지?' 요새 <오마이베이비>에서 말도 안되게 자상함이 꿀처럼 떨어지는 소...간...지... 이분?
"(동공지진) 어? 그런 사람을 내가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니.""상상이잖아, 아니다. 베니(베네딕트 컴버베치)로 바꾸자. "(내가 생각하는 자상하고, 재미있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지구상 몇 안되는 남자)"(할말을 잃는다)(잠시 생각을 하더니) 하루만 데이트하고 다시 내 남자친구한테 돌아갈 것 같아"상상은 상상이지만, 새로운 사랑의 정의가 내려지면 다른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택에 큰 변동이 없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혜나는 복 받았다. 소꿉친구처럼 편하면서 맹탕인 것처럼 착한 남편을 두고서는 매력남과 사랑에 빠져서 고민하는 운명이라니. 저런 선택지가 가능한 인생이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인가?이 책에는 이 대책없는 여자의 사랑 말고도 눈물나는 가족애도 있다. 지긋지긋한 오빠와 죽고 못사는 관계에 놓인 혜나. 내게 가족이라는 건 그런 것 같다. 정말 많이 밉더라도, 또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내 삶의 최후의 보루이기에 어떻게든 놓아버리지 못하는 관계. 이 책은 내게 혜나와 미친 가족들 사이에서 달콤한 사랑을 한탕 꿈꾸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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