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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 마술 라디오 >
    Bookmark 2015. 2. 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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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술 라디오-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저자
    정혜윤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 | 2014-05-1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마술은 무엇인가요?미처 다 쓰지 못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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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책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작가 '정혜윤'씨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라디오 PD이고, 이미 두어권의 인터뷰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사생활의 천재들>를 냈던 작가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하나의 라디오 특집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혜윤씨가 12개의 이야기들을 노란 라디오를 통해 들려주는 듯했다. '여러분 참 이 이야기 아름답지 않나요.' '당신도 그렇죠?' 내게 직접 말 거는 듯했다. 또 한편으로는 PD로서의 그녀의 면모가 책에 녹아있어서 어떤 태도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질문을 던지는 방식들 말이다. 사람들의 존재를 듣기 위해 고심해서 질문지를 고르고, 그 질문들로 서로가 깊게 대화를 나누길 바라는 그녀의 모습이 상상됬다.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메모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먼저 '로맹가리의 오렌지'의 이야기.

     

    로맹가리는 5개나 6개의 오렌지로 곡예 부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의 마음에는 여섯개가 아니라 일곱게 아홉 개로 곡예를 해보고 싶어 매일 연습을 했다고 한다. 끈질긴 의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곱 번째 오렌지를 손에 올려 놓지 못한다. 그러던 그는 나중에 슬픈 진실을 깨닫는데, 그것은

    "마지막 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는 것이였다. 

     

    나는 이 글을 읽을 때 인간의 운명의 한 면을 본 것 같아서 적막해졌다. 내가 가진 꿈이 로맹가리의 7번째의 공이라면 어쩌지. 그럼에도 나는 4번째, 5번째 공으로 끊임없이 7번째 공을 꿈꾸는 사람인데. 그 내 인생의 결말이 로맹가리일까봐, 저 이야기 앞에서 내 인생을 숨길 곳을 찾지 못해 우두망찰했다.

     

    그래도 작가는 엄살과 투정에만 한계를 짓고 질문들에게는 한계를 두지 않으며 열심히 공을 던져보기로 하는데, 이 이유에 대해서 로맹가리의 한 문장을 멋있게 달아놓는다. 

     

    "그것은 도전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존엄성의 선언일 뿐이다." 

     

    7개의 오렌지를 던지지 못하더라도, 7개의 오렌지를 상상하며 3개의 오렌지를 던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표현이 '존엄'이라니. 아직 그 깊은 속 뜻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내게 지금 필요한 문장이었다.

     

    그녀가 왜 이 책을 엮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 장이 끝나고,

    이어지는 노란 라디오에서는 12개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정직한 어부의 이야기, 빠삐용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들의 아버지 이야기, 두 갈래의 길이 자꾸 떠오르는 사람의 옛 사랑 이야기...

     

    내 노트에 메모한 문장들을 여기에 다시 옮겨 본다. 

     

    베를길리우스는 지옥을 감옥이라고 생각했어. 즉 밖에서 닫아건 곳. 그러나 단테는 지옥은 감옥이 아니라 요새라고 생각했어. 지옥은 감금되어 있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닫아 잠근 곳이라고 생각한 거지. (...) 우리도 폐쇄적인 순간이 있잖아. 우리도 다른 이야기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잖아. 우리도 나의 선택, 나의 결정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이 자유인 줄로만 알고 다른 가능성은 다 마음에서 몰아낼 때가 있잖아. 우리의 닫힌 마음은 그렇게 지옥을 닮았어. (p.69)

     

    제일 나쁜 건 제가 장애인의 아버지란 게 아니에요. 제일 나쁜 건 저에게 둘러댈 만한 확실한 핑계거리가 있다는 거죠. 이 애는 내 삶이 힘들다는 언제나 편리하게 내세울 수 있는 핑계일 수 있다는 거죠. (p.89)

     

    '음식 없이 사랑 없다.'

     

    과거를 대하는 두 갈래 길이 있다고 해. 하나는 과거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강화시키는 길, 또 하나는 과거를 해석하는 길. 전자에선 순응이 나오고 후자에선 자유가 나온다고 하지.(p.125)

       

    14편,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는 한 편의 배와 같았다. 나라는 섬에서 타인의 섬으로 데려다주는 배말이다. 어떤 섬에서는 사랑하고 싶어 마음이 뜨거워졌고, 어떤 섬에서는 마음이 애처로웠다. 또, 섬과 섬 사이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했다. 타인의 삶을 쉽게 재단하는 나를 반성했고, 안락한 환경 속에서도 쉽게 남탓하는 내 자신을 반성했다. 그리고 마지막 섬에 다다를 때에는 이런 내 자신이 한 뼘 더 성장하기를 바랐다. 

     

    책을 두 번째로 잡았다.

    라디오 7에 나오는 작가와 같이 나도 무한히 반복되는 얕음을 보충하기 위해 책들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첫 번째 읽기보다 나는 더 깊어졌는지 내게 묻는다. 

    또, 묻는다.

    나는 여기 등장하는 이문당 서점의 배포 큰 아저씨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나오는 사람들처럼 평범하지만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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