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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Bookmark 2015. 2. 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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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이고의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제목의 글씨체가 예뻐서 찍어보았다.
    필기체같기도 하다.

    게이고가 기적을 가지고 소설을 쓰면 어떠할까. 나는 게이고의 어두운 추리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게이고의 '기적'은 약간 어두운 사건부터 시작해 가까스로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분위기는 게이고의 이전 것과 매우 다르다. 이전 작품에서 게이고가 살인 혹은 범죄을 저지르는 인간의 내밀한 부분을 묘사하기위해 노력했다면, 이 이야기는 주변 공기를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선한 면을 그린다. 매서운 바람을 피해 들어간 솜이불의 따뜻함이 느껴졌던 이야기들이였다.

    이 책의 목차다.


    《원미동 사람들》의 원미동처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다. 《원미동 사람들》이 한 시대를 보고하는 세태소설이라면, 이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사람들을 보다 개인적인 관점으로 조명한다. 주인공들의 편지가 플롯을 이끌어나가는데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 속 편지라는 장치가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이야기는 어리숙한 세 명의 도둑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시간이 왜곡된 이상한(?) 잡화점에서 과거로부터의 고민이 적힌 편지들을 받으며 그들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답변한다. 그리고 그들이 '답장은 우유 상자'에 넣으면,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기 무섭게 재답장은 우유상자에 '철컹' 도착한다.

    사람들이 이 곳에 고민상담을 하는 이유는 이 잡화점의 노주인때문이다. 그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벤트로 시작했는데, 그는 고민을 세심하고 사려깊은 답장한다. 이 점에 사람들은 깊은 관심을 보인다. 그런 자상한 할아버지처럼 세 명의 도둑들은 사람들의 고민을 열심히 들어주고 또 조언해준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친구가 있는 국가대표의 사연에서부터
    뮤지션을 꿈꾸는 대학생, 개인적인 사연으로 밤일을 하는 호스티스까지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는 사람들은 가볍지 않은 고민들을 가졌다. 이들 각각의 상담이 이뤄지는 과정은 판타지지만, 상담 내용은 우리 주변과 비슷하다. 아마도 이 점에 이끌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유독 좋아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연들 중에서도 나는 '한밤중에 하모니카'를 부는 청년의 사연에 깊이 공감했다. 요즘엔 가쓰로처럼 비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 사연을 우유상자에 넣으면 가쓰로와 비슷한 답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생선가게 예술가 님께.
    상담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이런 사치스러운 고민을 들려주시다니, 참 고맙군요. (...)
    앞으로 삼십 년만 지나보세요.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일할 데가 있는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 대학을 무사히 졸업해도 취직이 될까 말까 하는 시대가 옵니다. 틀림없이 와요. (...)
    노래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거.
    빤한 일 아닙니까? 그게 가능한 건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뿐이에요.
    당신은 안 돼요.
    p.127

    잘나가는 사람들 좀 보세요. 주목을 받기까지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특별한 빛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누군가 알아봐주는 거예요. (...) 그걸 인정해야죠.
    p.132

    야쓰야가 냉정하게 쓴 편지에는 분명 내게 뼈가 되는 말들이 있었다. 나도 야쓰야처럼 바보같이 꿈들을 향해 달려가겠지만, 야쓰야의 운명과 같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비틀스의 노래를 유난히 좋아했던 어느 유복자의 사연이 담겨있었던 '묵도는 비틀스로'를 읽는데 울었다.

    가정이 파산상태에 내몰려도 자식만은 지켜주고 싶었던 어미 아비의 마음이 느껴져서...
    그리고 또 그 사연을 적어내려가는 필명 '폴레논'이 잡화점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해서...

    일단 마음의 끈이 끊겨버리면 두 번 다시 이어지는 일은 없다. ... ... . 새삼 실감했다.
    p.293

    잔을 내려놓고 고스케(필명 폴레논)는 생각했다.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영화였다. 그것을 보고 인간의 마음을 이어주는 끈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통감했었다.
    하지만...
    비틀스 영상 속의 비틀스는 고스케의 기억과 조금 달랐다. 옛날에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그들의 마음이 뿔뿔이 흩어져 있고 연주도 서로 어울러지지 않는 것처럼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바라보니 그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네 명의 멤버는 열정적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영화관에서 봤을 때 지독한 연주라고 느꼈던 것은 고스케의 마음 상태가 원인이었는지고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떻게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p.320



    사연 속 조연이 다음 사연의 주연이 되는 이 소설은 읽어나갈수록 주인공들의 고민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앞의 인물들이 이미 내게 친숙해져 있기에 그렇다.



    마지막 '하늘 위에서 기도를'에서는
    도둑들의 사연까지도 답변해주는 나미야 잡화점의 세심함이 보인다. 편지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더듬어보는 카운셀러란...

    이런 카운셀러 앞에서는 나도 상담받고 싶다. 아무도에게도 하지 않았던 고민이 담긴 편지를 새벽녘에 우유상자에 넣고 올거야.
    다음날 마음 졸이며 편지를 읽어나가겠지?



    기적은 어쩌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 들어주고 상담하는데서 이미 이루어졌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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