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거미여인의 키스
    Bookmark 2013. 3. 11. 06:07
    728x90

    2011에 작성된 글

    <거미여인의 키스> 세계문학전집 특별판 01

    마누엘 푸익 / 송병선 옮김/ 김한민 디자인

     

      민음사에서 나온 특별판 시리즈 총 10권 중 첫권에 해당되는 책이다.  김한민씨의 디자인된 책이라서 읽었으나, 생각보다 디자인의 효과는 미미하다. 나는 활자 중간중간에 내용 이해를 돕는 디자인이 삽입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했었다. 이 책은 스토리를 구성하는 각각의 장을 마치고 나서의 줄거리를 반영하는 간단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평범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편에서의 <거미여인의 키스>와 다른점이라면 이 점 뿐이다.

      작가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평소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한번도 접해보지 않아서 그저 환상적인 문학세계? 를 떠올렸으나 이 책은 그것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퀴어문학(≒게이문학)이었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두 주인공 발레틴과 몰디나는 비야 데보토라는 형무소에 수감되어있는 죄수이다.

    발레틴은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수감되었고 몰디나는 미성년자 보호법으로 구속된 동성애자다. 이 책의 스토리는 두 죄수의 대화로만 전개된다. 같은 방에서 죄수생활을 하는 발레틴과 몰디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구속되기 전에 보았던 영화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 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항상 몰디나이며, 듣는 쪽은 발레틴이다. 몰디나는 석방전까지 총 5편의 영화이야기를 발레틴에게 들려 준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영화는 터너 감독의 <캣피플>, 크롬웰 감독의 <매혹의 오두막> 웨일 감독의 <좀비와 함께> 이며, 나머지 영화들은 작가가 창조해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들이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몰디나의 시점에서 이야기 된다는 점이다. 몰디나는 그저 흥미를 목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발레틴을 유혹하기 위해서 이야기를 이용한다. 몰디나는 발레틴과의 관계 사이에서 미묘한 분위기 변화에 따라 이야기를 변형한다. 그리고 결국, 이 책의 마지막에서 몰디나는 결국 영화를 통해 발레틴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의 중간 중간에는 긴 각주가 수록되어있다. 단순히 어떤 단어를 보충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과 사회학적 관점에서 살펴본 동성애를 서술하고 있다. 이 각주에서 프로이트, 마르쿠제, 랭크, 알트만 등의 이론을 소개 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돕는다. 즉, 이 글들의 도움을 통해 독자는 동성애에 있어서는 평소에 가졌던 편향된 시각에서 조금은 벗어나 생각해볼 수 있다. 성은 문화적, 사회적 규범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고 글들은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각주들은 뜬금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두 인물이 서로를 이해 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갈등상태에 있을때 등장한다.

    (예를 들어, 발레틴이 몰디나를 하나도 모르겠다는 대사 후에 등장한다.)

      이 책이 특히 와닿았던 점은, 대중영화들을 통해 동성애의 심리나 억압구조를 그린다는 점이였다.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향수>에서 당시 유명한 문학작품을 짜집기해서 새로운 텍스트를 구성한것과 같은 비슷한 창작법이다. 이것은 문학이라는 예술작품이 꼭 천재작가가 아무것도 없는 대지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구현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몰디나(동성애자)가 영화를 이야기하므로써 동성애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다.그가 그려내는 영화 속 여자주인공들의 마음과 몰디나의 마음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몰디나의 사랑이 보통사람이 그리는 평범한 사랑, 남자와 여자를 떠올리게 하는 사랑,과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고 감상하게 된다.

    더 찾아보니까, 연극이랑 영화도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봐야겠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