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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작품이었던 <방과 후> after school
    Bookmark 2015. 1. 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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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로만 승부하는 소설들을 잘 읽지 않았었다. 소설을 통해서는 문장의 유려함도 읽는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내게는 상황과 사건에 대한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중요했다. 한 장면을 포착하는데 있어서 보다 시적이거나 철학적인지 아닌지가 내가 소설을 고르는 중요한 이유었던 것이다. 그런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의 플롯과 구성에 푹빠져버려서, 그의 초기작을 비롯하여 최근작, 과거의 대표 작품을 차곡차곡 읽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읽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후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다.

    (아, 그렇다고 그의 문장들이 유려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이야기 구성에 좀 더 집중하는 작가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바이다.)

     

    오늘 쓰려고 하는 후기는 <방과 후>이다. 교사인 주인공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학 선생님인 마에시마(주인공)은 여자 고등학교 교사이다. 그는 몇 차례에 걸쳐서 살해 위협을 받는다. 3층 위 화분이 그의 옆으로 살짝 비켜나가서 떨어지고, 수영장에서는 감전사를 당할 뻔한다. 누군가가 그를 노리고 있다는 공포감 속에서 그는 동료 교사의 죽음을 목격한다. 그런데 동료 교사는 밀실에서 살인을 당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이 하나는 자물쇠로, 다른 하나는 단단한 각목으로 봉쇄된 곳에서 범인은 어떻게 사건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는 왜 살해되었는가.

     

    <방과 후>의 소재는 추리 소설의 단골 메뉴였던 밀실 살인이다. 그렇지만, 밀실 살인의 트릭을 밝혀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왜 범인들이 살해되었는지에도 초점을 맞춘다.

    범인은 그들을 '왜' 살인했는가?

     

    소설에서 형사의 입을 빌려서 '보통 범인들은 돈, 여자, 욕망' 때문에 살인을 저질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고에서는 그 이유가 달라질 수 있다. 학창시절에는 단순한 이유들이 아니라 다른 어떤 순수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살인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이유들을 찾아나가며 등장하는 여고생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보게 하는 재미가 있다.

     

     

    "선생님, 여고생들은 어떤 경우에 사람을 미워할까요?"

    "애들한테 제일 중요한 건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정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죠. 자기 몸이나 얼굴일 수도 있고 ... ... . 좀더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추억이나 꿈을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것들을 부수려고 하는 사람, 빼앗으려고 하는 사람을 가장 증오한다는 뜻도 되겠지요."

     

    - <방과 후> 소설 중에서 -

     

     

    게이고 다운 결말일까?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소설의 중간 내용을 방심하고 읽었다는 데에 놀랐다. 그의 반전이 시원한 것은 아니였지만, 방심하다가 옆꾸리를 찔린 듯한 느낌?

     

     

     

    게이고의 상상력에 빠진 나는

    <옛날에 내가 죽은 집>과 <흑소소설>도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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