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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2. 비수기의 전문가들
    Bookmark 2017. 1. 2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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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수기의 전문가들 (김한민, 워크룸프레스, 2016)

    서울에 집 하나, 구체적으로 아빠 사는 집 옆에. 같이 사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게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애도 낳고 싶은. 이 모든 걸 서울에서 해야 하니까 소박하다고 할 수 없는 꿈. 좁다란 곳에서 복작복작, 고시원이나 원룸에서 살 수는 없으니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단 돈을 벌어야 한다. 무모한 청춘의 꿈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일단 돈을 벌어서 이루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 책의 화자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질문지를 받았는데 답을 못 찾아서 혼란스러웠다. "그래야만 하니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생존이야" 현재 내 삶을 추동시키는 동기가 되는 것인데 책은 불편하게 내게 묻고 있었다.


    작가는 영리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한다. 작가의 오래된 팬으로써, 이 책을 읽으며 화자는 곧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작가는 아니라고 한다. 작가는 획일적이고 따분한 한국에서 탈출한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했을 뿐이라고. 아니나다를까 수많은 독자들이 작가와 주인공을 동일시 하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한 질문을 봉쇄하기 위해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도 '자신은 명백히 아니다'라고 밝힌다. 작가의 무수한 자아들 중에서 삐딱한 비평가가 엄청나게 커졌을 때의 버전같다.


    한국이 지긋지긋해서 포르투칼에서 이방인이 된 이야기. 작가가 생각하는 수많은 기준에 부합하는 나라가 포르투칼이었고, 그곳에서 여행자라기보다는 떠돌이 관찰자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렇다고 포르투칼의 이야기가 담긴 것은 아니다. 견딜 수 없었던 한국에서 벗어나 포르투칼에 거주하며 왜 내가 탈출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내가 이방인의 삶을 선택한 것인지 재치있게 설명한다. 김한민씨의 친구의 평처럼 때로는 책을 읽으며 '등짝을 한대 때려주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에 살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신랄함이 가득한 텍스트에 지쳐 책을 닫을 때 쯤엔 그가 그린 독특한 그림이 있었다.  


    ( cafe 숨도에서. '비수기의 전문가들' 책 콘서트. '비수기'를 내건 전문가답게 저자는 없었다.

    김한민씨의 친구들은 참 따뜻한 것 같다. 친구들이라고 하는 패널들만 3명이 모였고,

    또 다른 싱어송라이터는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 콘서트가 끝난 후,

    패널이자 김한민씨의 친구였던 정혜윤 작가님. 싸인을 받는데 너무 행복해하는 친구

    나도 4년전 용기있게 다가가 김한민씨에게 사인을 받을걸... 얼굴만 빨개져가지고 아무것도 못했던 게 후회된다.

    표현하라, 감사하다고!

    친구는 예쁜 새가 그린 엽서를 건냈다)



    '풍경, 등장, 관찰'. 그가 세상을 통해 배우는 방법은 3가지 명사로 가능하다. 그가 다니는 대학은 누구나 입학이 가능하지만 쉽사리 출석하기가 힘든 것 같다. 이 책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신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만큼은 훌륭하다. 따로 메모에 적어 두었다.  


    작가가 보기에 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인생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다를 생각하지만, 그 겉을 벗겨내면 서두에 밝힌 욕망이 기본적으로 깔린 사람이니까.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껴 의심하지도 않았다.  

    "너는 그것들을 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 라고 물어보았을 때, "외부에서 합의된 답안지 말고 너만의 답안지가 있기나 해?" 라고 덧붙인다면,

    구구절절히 여러 문장을 나열하고 싶어졌다. 그 답안지는 내 신발의 깔창이 닳고 닳아 얻어져야 할 것이다. (토스 시험에서 외울법한 지루한 답안지 말고!)


    * 덧) 저자 없는 숨도의 북콘서트에서 그의 친구였던 한 교수님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딴지를 걸고 싶다고 하셨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죄의식/죄책감으로 행동을 하는데 소극적인 주인공의 태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잘못 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액션을 취하라는 의미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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