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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1. 쇼코의 미소
    Bookmark 2017. 1. 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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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권 / 70권

       시간이 되는 대로 꾸준히 읽기. 지금 내 처지에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 내밀하게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올해 70권 정도의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 달에 5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 남는 시간에 정신을 놓고 놀지 않는다면 가능한 목표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쇼코의 미소> (최은영, 문학동네)

       이 이야기는 쇼코, 주인공 '나', 나의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쇼코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여자아이이며,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잠깐 방문했을 때 '나'와 '할아버지'와 연이 생긴 아이다. 쇼코를 묘사한 문장을 읽으며 나와 정반대에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 여리여리하고 몸과 창백한 얼굴에 어딘가 사연이 있어보이는 표정을 지니는 쇼코.('실핏줄이 다 비쳐 보일 정도로 얇고 하얀 애')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머리가 아프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남몰래 흔들며, 예의바른 인사만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주인공 '나'와 '할아버지'는 그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들의 우정속에서 쇼코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되는지 어렴풋이 보았다.


    쇼코의 모순된 말에 혼란을 느꼈다. 할아버지에게 하는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내게 하는 말이 진짜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두 종류의 편지가 모두 진실이었으리라고 짐작했다. 모든 세부사항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모두 진실된 이야기였을 거라는 걸. 아니 모든 이야기가 허구였더라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의 편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을 것이고, 내 편지에 썼듯이 자신을 포함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었겠지.


    속내를 잘 보여주지 않는 할아버지는 펜팔을 통해 쇼코와 친해진다. 친손자보다 애정 쏟는 쇼코에게 '나'는 질투 반 호기심 반을 느낀다.  주인공 또한 쇼코에게 인간적인 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끊긴 쇼코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을 때 쇼코의 집까지 찾아 갔을 테니까. 어른이 된 쇼코를 보는 '나'는 복잡한 마음을 느낀다. 쇼코보다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으로 묘한 우월감을 느끼며 쇼코를 더이상 궁금해 하지 않기로 한다.




         쇼코라는 아이가 궁금해서 읽었던 소설인데, 중반부에서 할아버지의 예상치 못한 공격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예상치 못한 다정함에 당황해 대형서점에서 창피하게 뚝뚝 눈물을 흘렸다. (중반부의 문장에서 중도하차하고, 후반부는 다른 날에 가서 읽었다) 할아버지의 과묵함때문에 할아버지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오해한다. 철저히 오해한 것이었다. 주인공 '나'는 당시 당차게 나간 집 밖에서 발견한 건 초라한 능력치 때문에 좌절한다. 그런 상황을 다 알고서 할아버지는 먼길을 걸어와 나의 집을 어색하게 두드린다.  '내가 대단해 보인다, 멋있다' 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숨겨온 할아버지의 다정함이 너무 따뜻해서 슬펐다.  

     

         문학은 아주 먼 사람과 나 사이에 희미한 다리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머리가 제법 굵어져서 사람을 만나는 몇 분 사이에 '나와 잘 맞지 않을 것이다'라고 쉽사리 결론을 내렸었다. 그래서 수많은 쇼코들과 만나지 못했다(것이다). 과거 편지를 건내주며 멀어졌던 쇼코 같았던 친구에게 진심의 악수를 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그녀도 나에게 의미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생소한 존재를 만났을 때 머리를 지끈지끈 아프다고 느끼기 전에, 그가 걸어온 인생의 맥락을 짚어보기로 했다. 



        * 청춘의 꿈과 어느 순간 타협하는 지점을 묘사하는 작가의 문장도 마음에 들었다. 30살까지 자신의 꿈에 투자하다가 어느 순간 '나는 못하겠다'라고 덤덤히? 인정하는 순간이 슬프게도 공감 되었다. 나는 그녀처럼 30살까지 올인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의 끝일 수도 있으니까. 그 풍경이 쓸쓸하고 황량하게 끝날 수 있다는 걸 문장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녀를 통해 안도감을 느꼈다기보다는, 나도 충분히 그녀가 될 수 있으니까 슬프게 공감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꿈꾸다 낙하하게 된 사람. 꿈을 그리다 정작 자신은 주변사람과 유리된 삶을 살게 되었고, 자신은 친구들보다 예술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낙하는 개인에게 비극적일 수밖에. 그것이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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