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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하지 말라" 대한민국 최고의 데이터 분석가, 송길영의 욕망 관찰기
    Bookmark 2016. 2. 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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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김제동의 톡투유 방송 캡쳐 화면)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씨를 처음 알게 된 건 일요일 저녁 토크쇼 <김제동의 톡투유>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청중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적절한 언사를 통해 위로하는 역할을 김제동씨가 한다면, 송길영씨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상식들을 데이터를 통해서 제시하며 그것을 통해서 고민을 좀 더 넓은 맥락에서 볼 수 있게 도와줬다. 뭘 좀 아는 오빠나 언니가 하는 조언 수준을 넘어서 그럴 듯한 이야기로 들렸던 것은 그가 PPT화면 속에 수많은 증거들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를 한 인터뷰지에서 접했다. 인터뷰지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자신을 마이닝 마인즈(Mining minds)라 소개하는 그를 더 알고 싶어졌다.  




    (상상하지말라, 송길영, 북스톤, 2015)




    상상하지 말라, 관찰하라.

       오늘 읽게 된 책은 그가 2015년에 쓴 <상상하지 말라>다. 창의력, 창조력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이 이상을 상상하라'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상상보다는 관찰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상상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를 제대로 보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이럴 것이야'라는 가정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자는 말이다.


       그가 현미경 같은 관찰력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은 빅데이터와 관련이 있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빅데이터를 단순히 무한한, 어마어마한 데이터들의 총합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총합이 어떤 결론을 자연스럽게 도출하거나 현상 속에 감춰진 원인을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씨에 따르면 데이터는 데이터일뿐 결국 데이터 속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읽고 기회를 발견하는 것은 사람이다. 빅데이터가 쓰레기 더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읽는 사람의 편견없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가 관찰한 사례들 중 하나다. 최근 <아빠 어디 가>,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등 남성들만을 중심패널로 등장시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다. 저자는 인기의 원인을 변화한 남성성에서 찾는다. 현대사회의 노동 형태가 변화하면서 과거의 남성성이 생산에 기여하는 바는 줄어들었다. 외벌이 부부 보다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는 세태를 고려해볼 때, 남자들도 가사노동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남자들이 예전의 가부장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가사노동을 외면해서는 도리어 가족들에게 외면'받는다'. 이런 변화는 가장들의 권리가 무너졌으니 남자들도 밥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각자 혼자서 밥 먹는 사회로 변화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는 것을 말해준다.[각주:1] 이러한 가치관과 시대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빠는 리모컨을 들고 거실 소파에서 혼자 잠을 잘 수밖에 없다.



       변화한 '휴식'에 대한 상식도 재미있다. 고3 동생이 공부 중간에 휴식을 취할 때, TV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동시에 켜놓고 노는 모습을 보며 '뇌가 쉬어야 공부를 더 잘하지..'라고 이야기하며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게 어떻냐고 조언한 적이 있다. 책에 의하면 휴식에 있어서 이런 태도는 '노땅'이고 '꼰대'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편안히 누워있는 것만이 '휴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 사람들의 생활에 담긴 1년 치 118억여 건의 빅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요즈음 휴식의 양상은 국적을 불문하고 여러 모바일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며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소셜미디어에 몰입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각주:2] TV로는 무한도전보면서 무한도전을 보는 사람들끼리 트위터를 하며 의견을 주고 받으며 노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기민하게 읽어야 한다. 이미 사람들의 일상의 풍경은 많이 변화했는데, 과거의 익숙함에 머문 제품들은 변화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기 어렵다. 쇼루밍족(showrooming,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 등 다른 유통 경로로 하는 것)이 등장하자 아울렛 매장들이 오프라인 쇼핑객들을 모으기 위해서 F&B(Food and Beverage)를 늘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저자 송길영씨가 하는 일은, 이러한 수많은 일상의 데이터를 의미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 변화한 현재, 변화할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서 일정한 결과값을 도출하는 것이다. 책은 어떤 현상에 대해서 참 쉽게 분석하고 있지만 어떤 현상에서 설득력있는 원인을 찾아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저자는 그 비결을 이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들을 제시하며 반복해서 조언해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럴듯한 편견이나 가설을 내려놓아라. 일단, 관찰하고 또 관찰하고 또 관찰해라. "그러니, 버려라. 함부로 상상하지 말라. 무엇을 상상하든 현실과 다를테니"


      관찰력.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는 소설을 쓰는 원동력을 바다를 뚫어져라 보는 관찰력에서 찾았다. 하지만, 관찰력이라는 쉬워보이는 일도 나의 안테나를 일상에서 예민하게 만들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송길영조차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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