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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이후,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로봇시대, 인간의 일>Bookmark 2016. 3. 21. 17:24728x90
알파고가 던진 질문들
바둑판 이야기로 떠들썩했던 3월 둘째 주였다. 기계와 인간의 대결. 이세돌은 대국 전 보였던 패기를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4국에서 1승만을 거두며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이세돌은 인류가 아니라 이세돌의 패배라고 겸허하게 표현했지만 적잖은 이들이 그에게서 인간의 위기를 읽었을 것이다. 1국, 2국 그리고 승리가 결정되는 3국까지 알파고가 큰 어려움이 없이 이세돌을 이길 때, 우리는 인간의 무력함을 느끼며 미래의 두려움을 보았다. 알파고가 선택했던 흰 돌이 바둑 집을 넓힐 때마다 알파고를 닮은 인공지능들이 우리가 지키고 있는 일자리들을 무서운 속도로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알파고의 승리가 우리에게 유독 놀랍게 다가온 것은 대국이 서울의 광화문에서 펼쳐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인 이어령의 표현처럼, 우리는 소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는 신선놀음처럼 그 경쟁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것도 전체의 맥락을 모른채 말이다. 2014년부터 인공지능(AI) 관련한 논문이 여러 잡지에서 다뤄지며 여러 나라에서 거액의 투자와 함께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우리는 적극적인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니 이 알파고가 얼마나 신기하고 무서웠겠는가.사실 국내에서도 몇몇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을 비롯한 로봇의 위협에 대해서 설파해왔었다. 2015년에 읽었던 책인 <빅퀘스천>의 김대식씨도 책을 통해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해서 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앞으로의 화두인 "로봇이 인간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다. 우리는 그와 비슷한 질문들을 지금 당장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서 진지하게 되짚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1초의 200m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속도만큼이나 혁신적으로 세계의 기업들의 로봇들은 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다.거스를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로봇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나알파고의 위력을 실감한 한국인들이 던졌을 질문이다. 나는 미뤄두었던 책 <로봇시대, 인간의 일>(구본권 지음, 어크로스)를 통해서 힌트를 찾아가고 싶었다.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10개의 챕터를 통해서 로봇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서술한다. 그 10가지의 질문 중에서, 나는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계에 대항해서 길러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에 직접적으로 관련한 부분을 읽었다. 그것은 후반부에 속한 두 개의 챕터에 해당하는데, '호기심의 인류학, 로봇이 나보다 똑똑해지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와 '디지털 문법, 로봇의 언어를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이다.저자는 기계와 구분하여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을 '호기심'이라고 본다. 호기심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아, 이를 데이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로 존재하기에 호기심의 영역만큼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세돌과 치열한 경기를 펼칠 때 알파고와 연결된 슈퍼 컴퓨터가 무려 2000대였음을 고려해보면, 아직은 호기심을 기계에게 학습하기에는 요원하다. 한편, 호기심은 상이한 현상 두 가지를 연관시켜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상관성이 없어보이는 두 가지 데이터를 이어서 생각하는 것을 기계가 자체가 필요를 느껴 프로그램화할 수 없다. 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똑똑한 컴퓨터가 사람 같은 호기심을 가질 수 없는 까닭은 호기심이 인간 고유의 심리 작동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지적 결핍이자 인지적 불만족의 형태다. 하지만 호기심은 가장 행복한 결핍이자 불만족이다. 호기심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생겨나는 궁금증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사이에서 설명되지 않는 인지적 빈틈에 대해 알고 싶은 욕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적 호기심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또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p.279)그래서 저자가 이 챕터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호기심 능력이다. 호기심이 발달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삶의 질은 차이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아쉽게도 호기심이 인간의 생존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가는 서술되어 있지 않다. 인공지능이 신의 경지에 오른 연산력을 자랑하니, 인간은 질문하고 그에 대한 문제 해결은 기계에게 맡기라는 뜻인가? 또한, 어떤 호기심은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것들은 그러지 않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질문을 '유용한'질문으로 본다면, 그 유용한 질문이 누구에게 더 잘 나올 수 있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질문은 무에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 지식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이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로봇의 언어를 우리도 익힐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전국민이 코딩을 배울 수는 없기에 그는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과 접근성을 요구한다.
공학적, 물리적 기술에 비해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대개 설계 구조가 노출되지 않는다. '블랙박스' 속의 기술인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사용자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소프트웨어 코딩 능력을 넘어선다. 블랙박스에 담긴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코드 리터러시'가 핵심이다. (p.310)
대다수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는 2050년, 지금으로부터 34년뒤 내 나이 60세에 이르렀을 때 세상은 얼마나 기계와 잘 공존하고 있을까. 기계가 자연스럽게 내 삶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서는 나는 지금 뭘 배우고 있어야 할까. 아마도 몇 십년 동안 끊임없이 붙들고 있어야 할 질문인 것 같다.'Bookmark'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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