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어" <바닷마을 다이어리>카테고리 없음 2016. 1. 18. 15:59728x90(위 영상 출처; 네이버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어"
"누구의 탓도 아니야"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대사다. 이 말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위로할 때 쓰였다.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의도하지 않은 생채기를 내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건내는 가장 큰 위로였다. 이렇게 서로를 다독이며 함께 살아가는 것을 그려내는 이야기였다.
-
믿고 보는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これえだひろかず)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다.
그의 영화를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게 된 것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병원의 실수로 내 아이가 다른 집 아이와 뒤바뀐 상황에서 아버지와 아이의 관계를 그린 영화인데,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 친아버지가 꼭 친자식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도록 강요한다던가, 상대적으로 부유한 집에서 아이가 자랐어야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열린 결말의 구성으로 무리해서 매듭짓지 않는 이야기 방식도 좋다.
"이런 상황이 있어, 하지만 늘 인생은 '그럴 것이다'라는 이론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지"라고 말하는 감독의 시선이 좋았던 것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그러하다. 인생에 피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마주한 주인공들은 그 사건 속에서 담담히 인생을 살아간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네 자매의 아버지는 세 번이나 결혼을 했다. 부모의 사랑에 권리가 없는 자녀들은 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거다. 네 자매 중 세 자매는 첫째부인의 자식들이다. 나중에 같이 살게 된 막내동생은 아버지가 바람난, 둘째부인의 딸이다. 이들은 10년 넘게 연락이 없던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서 장례식장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마 보통내기라면 복잡한 심경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배다른 동생(넷째)를 만나게 된다.
마음이 여린 큰 언니는 생활이 여의치 않아보이는 넷째를 보고 같이 살자고 한다. 나머지 동생들도 그러자는 것에 흔쾌히 찬성한다. 모두가 한 구석에 따뜻함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다. 넷째도 크게 손 흔들며 언니들의 집에 같이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살게 된 언니들의 집에서 넷째는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다.
나는 영화를 보며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도 저런 마음에서 동생을 받아주고 있는 거겠지. "엄마는 왜 그렇게 소극적이야?" 동생의 일탈 행동에 버럭 화내고 말았던 건 최근의 일이다. 나는 칼로 물 베는 것 같은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 소리를 내질렀다. 엄마는 동생을 품으로 더 안고자 했다. 그것이 엄마의 최선이라는 듯이. 영화는 어쩔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결핍 많은 우리들을 엄마처럼 따스히 안고 있었다.-넷째의 곁에 자주 보이는 남자애 눈빛이 사랑스러웠다. 아마도 그 마음이 참 예뻐서일테다. 넷째가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벚꽃을 생각하면, 바로 자전거로 벚꽃의 풍경을 보여준다. (멋짐...) 그렇게 어느 정도 둘 사이가 가까워졌을 때, 넷째는 그 남자애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나의 존재 만으로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것"에 대해서... 그런데 그 남자애는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싶었나보다. 남자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는 3형제 중 막내인데, 부모님이 여자아이를 기대했으나 자신의 탄생으로 인해 실망시켜드린 것 같다고... 남자애 나름대로는 위의 말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해석해 이야기를 한거였다. (여기서 애가 위로하려고 애쓰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었다) 풋풋하고 순수함이 느껴졌던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