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나도 중도-미니멀리스트Minimalist에 도전!
(출처; EBS1 하나뿐인 지구. 물건 다이어트 편. 캡쳐화면)
무엇을 버려야 하나?
4평 남짓한 내 방을 돌아다니며 낯선 시선으로 내방의 물건들을 쳐다보았다. 버려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니까 물건과의 애틋한 과거가 생각난다. 책상 밑에 한 박스를 꽉 채운 수학 참고서를 보며 대학 입시를 준비했던 때를 떠올렸다. 시선을 옮겨서 책상 왼편에 놓여져 있는 책꽂이 빈틈을 자리하고 있는 초보 피아노 교본들을 보며 '저건 안돼' 고개를 내젓는다. 지금 바이엘을 연주할 일은 없겠지만 막상 쉽게 버릴 수 없다. 오동통한 어린 손으로 피아노 학원을 갔던 시절을 버리는 기분이 들어서다. 같은 이유로 내 방에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대단한 애서가라서가 아니라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까 책과 잡지와 신문이 가득해졌다. 그래, 오늘은 일단 신문이다. 방 한 구석에 탑을 쌓는 신문은 비교적 쉽게 버려진다. 왜 저걸 나중에 다 읽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새해 미니멀리스트로 시작하기
'미니멀리스트'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EBS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였다. 이 '물건 다이어트'라는 동영상에서 나는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를 만났다.
관련링크; (http://www.ebs.co.kr/tv/show?prodId=439&lectId=10416255)
원룸 정도 되는 크기의 그의 방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 최소한의 물건을 통해 삶을 사는데도 그는 누구보다 삶을 충만하게 꾸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런 삶의 방식을 동경해왔던 것 같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으며 쉽게 실천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단출하게 사는 그가 멋있었다. 사사키 후미오가 소개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세속의 스님 버전 같다. 그도 원래 작은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는, 남이 정성스레 쓴 메모조차 보관하는, 멕시멈이스트라고 하니 그의 변화 과정이 궁금했다. 어떻게 그는 미니멀리스트가 되었을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지음 /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이러한 호기심으로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을 읽었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하는 저자의 글 솜씨도 좋다. 단순히 실용서로만 읽히지 않는다. 이 책에는 미니멀리스트의 기원에서부터 이것이 일본에서 조용히 번져가고 있는 사회문화적 배경, 미니멀리스트로 거듭나기 위한 소소한 방법들 그리고 이런 삶의 방식으로부터 얻게된 저자의 깨달음도 있다.
이 책은 내게 운명적이다. 내가 만나고 싶고,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다. 언제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삶. 여행하듯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이토 고타라는 젊은이는 배낭여행에 정말 필요한 물건만 넣고서 세계여행을 하며 음악을 만든다. 4년간의 고민끝에 알짜배기의 물건들을 엄선해서 가방에 넣고 다닌다. 그의 가방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소이어Sawyer 미니 이동식 정수기다. (오지에서도 이것만 있으면 물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